리사 수는 어떻게 AMD를 되살렸나: CES에서 본 ‘규율과 실행’의 리더십
2시간 동안 흔들림 없던 리사 수의 자세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AMD가 지난 10년간 구축해 온 ‘규율과 실행’의 운영체계가 무대 위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CES 2026 현장에서 목격한 AMD의 규율과 10년의 반전
CES 2026 기조연설 무대에서 Lisa Su 회장은 약 2시간 동안 발표를 이어갔다. 기술적 성과와 로드맵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관객의 시선을 붙든 것은 따로 있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과장 없는 제스처, 일정한 속도의 설명.

그 장면은 단순한 무대 매너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2014년 파산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던 재무 위기 상태의 AMD를 다시 세운 핵심 동력이다. 즉 ‘규율(Discipline)과 실행(Execution)이라는 이름의 운영체계(OS)’가 리더의 몸에 배어 있음을 보여준 장면으로 해석했다.
운영체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판단, 자원 배분, 실행 순서를 지배한다. 리사 수의 자세는 개인적 습관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AMD 조직에 이식된 경영 OS가 외형으로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 규율(Discipline): 우선순위를 정하는 힘
리사 수 리더십의 출발점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였다.
2014년 취임 당시 AMD는 기술보다 전략이 분산된 회사였다. 여러 시장을 동시에 노리면서도, 어느 하나에서도 확실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전형적인 위기 기업의 모습이었다.
리사 수는 이 구조를 뒤집었다.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겠다는 환상을 버리고, 장기 로드맵과 반복 구매가 가능한 핵심 시장에 자원을 집중했다. 이번 CES에서도 그녀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AI 컴퓨팅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조직의 모든 에너지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겠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비전을 많이 말하는 능력이 아니다. 하지 않을 일을 끝까지 지켜내는 규율, 그것이 조직의 방향을 만든다. AMD의 이후 10년은 이 규율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2. 실행(Execution): 약속을 ‘이야기’가 아닌 ‘사실’로 만드는 힘
AMD의 부활을 이야기할 때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킨 결정적 요인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실행의 일관성이었다.
리사 수 체제 이후 AMD의 로드맵은 예측 가능해졌다. 출시 일정은 반복적으로 지켜졌고, 성능 개선은 단계적으로 설명됐으며, 가격과 효율은 수치로 관리됐다. “다음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약속 대신, “이번에는 여기까지 왔다”는 증명이 쌓였다.
이번 CES에서도 AMD는 AI 연산의 확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여러 지표와 협업 사례를 제시했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약속이 반복적으로 이행된다는 신뢰였다.
혁신은 한 번의 사건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간 약속을 지켜낸 것은 문화이자 시스템이다. 이 반복은 AMD를 “과감한 회사”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 재정의했다.

AI 경쟁에서 단순한 연산 능력만으로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의 경쟁력은 전체 시스템 아키텍처(컴퓨팅·네트워크·메모리·오케스트레이션)를 어떻게 설계·최적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3. 신뢰(Reliability): 통제보다 협력을 택한 전략
리사 수는 AMD가 감당할 수 없는 싸움을 정확히 구분했다.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외부 생태계를 전제로 설계·아키텍처·패키징 역량에 집중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 접근은 방어적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재무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기술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메타와의 협력, 오픈 표준 기반 인프라 논의 등은 AMD가 독점적 지배자가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더십은 모든 것을 움켜쥐는 힘이 아니라, 어디까지를 맡기고 어디에 집중할지를 아는 판단력에서 드러난다.

4. 정체성(Identity): ‘칩 회사’에서 ‘컴퓨팅 회사’로 진화
이제 AMD는 특정 부품을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컴퓨팅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에 가깝다. 이번 연설의 흐름은 데이터센터와 PC를 넘어 헬스케어, 로보틱스, 그리고 우주·항공을 포함한 극한 환경 연산을 요구하는 산업 영역까지 확장됐다.
이는 AMD의 기술이 특정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의 새로운 활동 영역을 지탱하는 기반 연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흩어져 있던 기술 자산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낸 이 정체성은, 리사 수가 지난 10년간 설계해 온 운영체계가 조직 차원에서 성숙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젠슨 황과 리사 수: 서로 다른 질문에 대한 두 가지 해답
젠슨 황과 리사 수의 발표를 가까이서 직접 들어보면서 두 리더의 대비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서로 다른 전략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다. 젠슨 황이 플랫폼을 통해 시장의 규칙을 정의하고 가속 컴퓨팅의 표준을 제시하는 리더라면, 리사 수는 규율과 실행을 통해 무너진 조직의 신뢰를 복구한 리더다.
한쪽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다른 한쪽은 그 질서가 지속되도록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결론: 리더의 자세가 곧 조직의 성능이다
다시 CES 무대로 돌아가 보자. 2시간 동안 유지된 리사 수의 정정한 자세는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AMD가 지난 10년간 지켜온 경영 규율과 실행 문화의 시각적 표현이다.
규율이 몸에 배지 않은 리더는 긴 무대를 버티지 못하고, 실행력이 없는 조직은 긴 약속을 지켜낼 수 없다.
화려한 쇼보다 강력한 것은, 약속한 것을 기한 내에 내놓는 정직한 실행력이다. 그 단순한 운영체계가, 파산 직전의 회사를 오늘날 AI 컴퓨팅의 핵심 축으로 되살렸다.
